올여름, 지구 어느 곳도 기후재난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 남유럽과 북아프리카는 섭씨 50도의 폭염을 견뎌냈고 그리스, 캐나다 그리고 하와이 등은 대규모 산불로 고통을 받았다. 기후재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 지구적인 노력은 각국의 온실가스감축 목표 설정으로 이어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 화석연료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경제·외교적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기로 했다(NDC, 2023년 4월).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는 14.3GW이지만 목표시기가 7년 남은 현재 건설실적은 0.146GW(1%)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난항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을 현실화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사업자 정산체계를 개선해 전기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에 연료비 연동 전력거래대금(SMP)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대금을 합해서 지불한다. 태양광은 작년 기준 시설원가는 kwh당 155원인데, SMP(197원)와 REC(64원)를 합해 정산대금으로 261원을 지불했다. 이 비용은 전력거래소가 사업자에게 먼저 지급하고 전력시장에서 한전이 정산한 후 전기요금으로 청구된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요금인상을 막아주어야 할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연료비에 연동돼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결국 전기소비자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이런 구조를 바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국민부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가 본래의 역할 중 하나인 국가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비싸지만 사업자가 투자비용을 낮추기 위한 유인이 부족하다.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LCOE가 높아도 우선급전대상으로 구매해준다. 투자비용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기를 사주는 구조이다 보니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절박감은 전기를 구입·판매하는 한전에만 있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적기 이행하기 위해 대규모 해상풍력을 직접 시행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법률 개정(발전·판매 겸업 제한 해제)이 필요해 참여가 어렵다. 또 해상풍력 사업비를 10% 이상 절감하고 공사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는 석션버킷 기술을 한전 전력연구원이 개발했지만 사업자들은 굳이 신기술을 적용하는 모험을 하지 않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과 영역을 달리해 대규모 해상풍력만이라도 한전이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경제적인 공법을 적용해 해상풍력을 설치한다면 LCOE를 낮추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